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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9박 10일 여행기 ①|1일차 - 문을 잠그고, 다시 열고, 나일강에 도착하기까지해외여행/해외여행 수필 2026. 2. 25. 15:20반응형
여행은 공항에서 시작된다고들 하지만, 우리의 이집트 여행은 집 현관문 앞에서 이미 시작되었다.
문을 잠그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불안했다.
“문… 제대로 잠갔나?”차를 몰아 고속도로에 진입하자 그 불안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아니야. 뭔가 이상해.”
우리는 고속도로에서 즉시 회차했고, 다시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해 문을 확인하니… 잘 잠겨 있었다.
안도의 한숨을 쉬고 다시 차를 타려는 순간, 또 하나의 생각이 들었다.“기내에서 먹을 간식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래서 우리는 다시 지하주차장을 지나 아파트를 다시 올라갔다.
여행 가방보다 더 소중하게 챙긴 것은 다름 아닌 누룽지였다.
이렇게 우리의 이집트 여행은 이미 왕복 2회전을 마친 뒤에야 출발했다.
인천공항 1터미널.
카타르항공 체크인 카운터는 이미 질서정연하게 줄이 나뉘어 있었다.
온라인 체크인 줄과, 하지 않은 줄.
우리는 온라인 체크인을 하지 않았고, 그 줄이 더 짧았다.
그 순간, 아내와 나는 눈빛을 교환했다.“오늘 뭔가 잘 풀린다.”
여행의 시작은 늘 사소한 행운 하나로 분위기가 결정된다.
출국심사까지 마친 우리는 쇼핑 구역으로 들어섰고,
아내의 눈길을 사로잡은 선글라스 하나가 있었다.
“이쁘다.”
하지만 바로 사지 않았다. 우리는 성숙한 어른들이니까....배가 고팠던 우리는 일단 라운지로 향했다.
카드 혜택으로 라운지를 무료 이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라운지 앞 줄이 의외로 길었다.
그때 아내가 말했다.
“나 아까 그 선글라스… 그냥 사야겠어.”아내가 쇼핑하러 간 사이, 우리 차례는 다가왔다.
라운지는 둘이 함께 들어가야 했다.
그래서 나는 줄을 양보했다.
쇼핑을 마치고 돌아온 아내와 함께, 우리는 라운지에서 폭풍흡입을 했다.
이때는 몰랐다.
이 식사가 훗날 기내식 앞에서 우리를 배신할 줄은....
도하행 비행기에 올라 자리에 앉자, 비행기는 곧 안정 고도에 들어섰고 기내식이 나왔다.
“아까 라운지에서 조금만 먹을걸…”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내와 달리 나는 싹싹 긁어 먹었다.
사람의 위장은 비행기만 타면 새로운 차원이 열린다.도하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가장 먼저 카이로행 항공편과 게이트를 확인했다.
도하공항은 세계허브공항의 명성만큼 규모가 엄청났기에
공항 트레인을 타고 이동해야 했다.
우리는 게이트 앞에 너무 일찍 도착해버린 나머지그 덕분에 우리는 공항의 레어템,
누울 수 있는 의자 를 확보했다.
이 의자는 경쟁률이 높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그날 운이 좋았다.
이 의자에서 우리는 꿀잠을 잤고,
잠에서 깬 뒤 가벼운 마음으로 카이로행 비행기에 올랐다.
3시간 50분이 지나 드디어 카이로 입성.
공항에서 호텔로 가기 위해 CAREEM 앱으로 택시를 불렀다.
문제는,
차 번호판이 전부 아랍어였고
도로는 넓었으며
차는 많았다는 것이다.우리는 “아마 저 차일 거야”를 반복하며 공항 주변을 서성였다.
그 와중에도 기사님은 인내심 있게 우리를 기다려주었다.
그리고 마침내 만났다.하지만 호텔 앞에서 또 하나의 장벽이 있었다.
이곳은 차가 마음대로 들어갈 수 없는 곳이었다.
경비원이 나와 기사에게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고,
트렁크까지 열어 폭탄 검사를 빡세게 했다.
아랍어라서 무슨 말인지는 몰랐지만,
아마도 이름, 차량 정보, 방문 목적 정도였을 것이다.이집트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알게된 것이지만,
우리 호텔이 특별해서가 아니라
중요 관광지에 드나드는 차량은 이런식으로 모두 검문이 이루어진다.
체크인을 마치고 방에 들어섰을 때, 우리는 동시에 멈췄다.
“어…?”방 하나를 예약했는데,
방 3개, 화장실 3개, 다이닝룸, 거실이 있었다.
처음엔 배정이 잘못된 줄 알고 긴장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우리는 앰베서더 룸에 있었다.그리고 창문 밖으로 나일강이 펼쳐졌다.
야경은 말이 필요 없었다.
문제는 방이 너무 넓어서
나는 계속 아내를 찾으러 다녔다는 점이다.
짐을 풀고 첫 일정, Grand Egyptian Museum으로 향했다.
영상으로만 보던 그 거대한 박물관이 눈앞에 나타났을 때의 감동은 컸다.
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사람이었다.
수많은 그룹 투어 인원들.
우리는 유물에도 치이고, 사람에도 치이며
거의 3시간을 박물관 안에서 떠돌았다.마지막엔 너무 피곤해
투탕카멘 전시는 눈으로 훑고 나오는 수준이었지만,
대형 창문 너머로 보이는 기자 3대 피라미드 앞에서는 발걸음이 멈췄다.
그 풍경 하나로 모든 피로가 잠시 사라졌다.
저녁을 먹으러 가기 위해 우버를 통해 택시를 불렀다.
하지만 기사들은 하나같이 흥정을 시작했다.
겨우 현금 700EGP에 합의했지만,
우버앱은 이미 우버를 부른 상태로 인식해서 카드결제만 가능한 상황...기사는 우버를 취소하라고 했다.
기분은 상했지만,
피곤함이 더 컸다.
우리는 취소했고, 이미 움직이던 택시 비용 75EGP가 결제됐다.
그냥… 넘어갔다.호텔 근처 Abou El Sid Restaurant.
예약이 없어 바테이블로 안내받았다.
“기다리면 자리가 나요.”
하지만 우리는 기다릴 힘이 없었다.
그냥 바테이블에서 주문하고 먹었다.
하루의 시작은 웃음으로,
하루의 끝은 피곤함으로.
그래도 아무 사고 없이, 이렇게 이집트에서의 첫날을 마쳤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했다.여행은 늘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다.